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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9년 622km 국토종단완주기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10-06-10 16:22
조회수: 3835 / 추천수: 435


          622km  국토종단   완주기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 Finish line ,  국토 종단 622km 결승점
에서 멋진 포즈를 취해 보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내 심장 밑바닥에서 치밀어오는
그 무엇이 울부짓게  합니다.  “ 야~~~ ”
그래요, 목  놓아 울고 싶었습니다. 원주에서 창피하고 너무도 고단해 서럽게
울었던 그것과는 또  다른 무엇이 나를 전율케 합니다.
이제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을 다 이루었는가?  다들 무모하고 어렵다 했다.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들도  걱정하며 건강을 위해 적당히 즐기라고
늘 충고했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하나의 과정을 이루고 나면 자꾸 더
큰 도전에 고개를  돌리게 되어 지금까지 계속 달려온 것이다.
격한 감정의 폭풍이 지나고 나서야 축하해 주려고 영동서 올라온 친구들과
진행 요원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모두들 사랑스럽고, 고맙고 정겹다. 너무나 고맙다.
솜털 같은 포근함, 나른해지는 육신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졸음이 느껴집니다.
7일 동안 내 안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나니, 전에 느껴보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더욱 더 크게  느껴지고 살아 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를 가슴 깊이 세겨 봅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결과로 얻어지는 이 행복감을 나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쉬웠습니다.
폭우와 불볕 더위  속에서도 주자들의 무사 안전을 위해 각 cp와 주로에서 헌신적인
봉사를 해 주신  사랑스런 자봉님과 진행요원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죠.
돈이 있어도 사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욱 고마웠다. 후미 주자들의 서글픔을
너무 잘 이해하고 챙겨주신 SSH님, 지친 주자들의 흐트러진 마음에 자극을 주어
c/off 위기에서  구해준 JBN님, 완주에 확신을 심어준 대회위원장과 진행요원들께
다시금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게 되어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했답니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참가 준비

작년 537km  종단 때와 마찬가지로 짐 꾸리기가 수월치 않았다. 마치 첫 해외 여행
떠나는 심정으로 가방을 챙긴다. 마음만 급할 뿐 출발 떄까지 넣고 뺴기를 반복한다.
대전서 광주행  고속버스, 광주서 땅끝마을 직행버스를 타고 여유있게 도착했다.
여기가 한반도  최 남단이라고? 숙소에 짊을 풀고 반가운 지인들과 인사 나누고 기념촬영.
날씨가 좋다.  내일도, 아니 통일 전망대 도착까지 좋아야 할 터인데, 욕심이 심했나?
저녁 식사후  진행 요원들과 참가 선수들의 오리엔테이션이다. 자기 소개와 마음가짐을
말하고  대회요강,코스, 안전과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숙소로 돌아와 베낭을 챙겼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고된 여행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옆주자의
코골이가 심해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볔 4시에 기상,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띵하다. 밖엔 비까지 내리고 있다.  
먼저 식사후, 사냥에  나서는 맹수 같이 몸을 비우고 나서 출발 준비를 한다.
발가락엔 3M밴드,  발바닥 앞부위 테이핑, 발등과 정강이 부위 테이핑, 발목 상부에 테이핑,
유두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 민감한 부위 바세린을 바르고 발가락 양말을 신는 것으로
끝냈다. 배낭엔  상.하의 한 벌, 발가락 양말, 자켓을 버닐 봉지에 싸서 넣고, 우의 바세린
후시딘연고 ,  물집 처치용 바늘과실, 가위,화장지 고무줄 옷핀 칼, 비상식량으로
곶감,과 파워젤,  537KM 종단보다 절반 정도 줄여 가볍게 꾸렸다.
짊을 맡기고 숙소를  나서는데 비가 쏟아진다. 등대로 올라가 기념 촬영.
비바람이 몰아치고 짙은  안개로 주변의 경관은 오리무중이다.
모두들 무사 완주하길 바라면서 출발선에 섰다.
훈련 량도 부족하고 꼭  완주하겠다는 열정도 모자라지만 위기 때마다  끓어
오르는 열정의 홀몬,  내 몸 속에 흐르고 있는  위기 극복형의 여행 유전자를 믿는다.
출발 신호와 함께  모두들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선다.
어쩄든 최선을 다 해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요령껏 즐겨보자!
또,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하여!

0KM ~ 100KM

초반 들뜬 마음을 가라 앉히고 ,컨디션 조절도 할겸,,후미 그룹에 처져 천천히 뛰어 나간다.
10KM 정도 지나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비닐 우의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가 아프다. 울산팀과 동반주 하며 빠르게 나선다.
어제 밤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려면 100CP엔 15시간 이내 도착해야 한다. 초 장거리엔  
4시간마다 에너지를  보충해 주어야 하기에 20KM 쯤 슈퍼에 들러 빵과 우유로 요기하고
달린다.
조금 달리다 땀을  닦으려 스카프를 찾는데 없다. 가게에 놓고 온 모양이다.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젠장…
한 시간쯤 더 달렸을까, 바로 앞에서 달리던 김구현씨(영동고향)가 포터   사이드
미러에 부딪혀서 다쳤다. 일행 먼저 보내고 상황처리를 지켜 보다가, 구현씨 성화에 못이
기는 척 다시  달린다. 내가 이래도 된는건지 너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첫  50CP에 도착하니 12:35(C/OFF  15:00)이다.

된장 국밥 한그릇 비우고 수박으로 갈증 해소하곤 바로 출발. 일행보다 뒤졌어도
내 페이스로 달리니 편하다. 비는 오락가락하여 우의를 입었다 벗었다 하니 짜증
나지만 지금 달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강진 우회 자동차 전용 도로를 순 방향으로 지나는데 로드킬 당한 개의 역겨운
비린내, 대형차들이  지날 때 마다 나를 미치게 한다. 구토 직전이다.
악취에서 벗어 나고자 한참을 내 달렸다. 비도 잠시 멎고 주유소에 들러 샤워 후 옷 빨아
입고 달리는데 배번호 벨트(비상금 전대)가 없다. 한참을 되돌아 갈 수 밖에..
어제 잠이 모자라서 그런지 자꾸 깜빡깜빡 흘리고 다닌다. 비 그친 후의 후덥지근한 날씨,
조금만 뛰어도 땀이  비오듯 한다. 또 휴게소에 들러 옷 빨아 입고 아이스바 두개, 가슴과,
목에 넣고 달리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청풍원 휴게소(74KM)에 도착, 시간을 아끼려 설렁탕
주문하고 먼저 화장실에 들러
샤워하고 나왔는데  직원 실수로 식사가  40분 더 지체됐다. 발가락 테이핑 다시
하고 서둘러 출발. 우의를 입고 뛰다 보니 땀이 발산되지 않아 사타구니가 쏠리고 발바닥도
따가워 지기 시작한다.
언덕 위 하얀집 부근  정자(84KM)서 물수건으로 소금기 닦아내고, 런닝 팬티를 옷 핀과
고무줄로 묶어 베낭  벨트에 묶으니 좀 나아졌다.
비는 계속 내리는데  날은 어두워지고 마음은 급하다. 다소 빨리, 길게 뛰고 짧게 걷다
보니 어느 사이  100CP다 ( 11일 21:00 C/OFF 24:00)
얼른 식사하고 잠좀 자고 가야지. CP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이다.
먼저온 울산팀에게  씻을 곳과 잠자리 알아보니 전혀 없단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그러듯이
울트라가 언제  마음 먹은대로 되든가? 체념하고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후시딘 연고 바르
는데 쓰리고 따갑고  상태가 너무 심하다. 발 테이핑 후 옷 갈아 입고 식사후 서둘러 일행
과 출발한다.  비닐 하우스나 빈 창고에서 자고 갈 생각이다.

*100KM   ~ 200KM

피곤하고 졸려서 누울  자리를 찾아 보지만 여의치 않다. 정류소 잠깐 누었으나 모기 등
쌀에 포기하고 나서는데 창고나 하우스는  잠겨 있다. 겨우 벽돌 저장 하우스에 들어가 잠을
청했으나
20분정도 자다가  벌레가 물어 못 버티고 나왔다. 비몽사몽 달린다. 삼거리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 한참을  헤맸다. (112KM지점)  다행히 부근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포장박스
깔고 정신없이 잤다.  한기를 느껴 깨어보니 30분 정도 잤는데도 피로가 확 풀린다.
상큼한 기분으로  효척역 (121KM)을 지나는데 날이 밝아 온다. 비온 후 새벽이라
그런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도심 구간인데도 도시의 풍경이 산뜻하다.
식당에 들러 이른  아침(냉면)을 먹고, 씻고 빨아 입고 바로 출발 더워 지기전에 광주
시내를 벗어나고자  서둘렀다
울트라 코스중 번잡한  도심을 지나는 게 제일 힘들다. 많은 신호등과 보도블럭, 거지
같은 행색에 마주치는 행인들의 시선도 싫지만 지금은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고생은 덜었지만 도심의 찌는 날씨도 만만치 않다.
향교앞 150CP에 도착.(12일10:34C/OFF11:00)

양말을 벗으니 물집이  많이 생겼고 사타구니도 쓸림이 심하다. ,갑자기
몸에 열이 올라  상의를 벗어 버렸다. 보는 눈들이 많아 실례인 줄은 알아도, 너무 더우니 어쩔 수
없다. 탈진된 느낌, 포기하고 싶은 마음, 자꾸만 약해진다.
우선 대나무 평상에 누워  한참 몸을 식혔다.
식사는 고기 몇 점과  찬물에 말아 먹었다. 이쑤시게로 물집 터뜨리고 후시딘연고 뜸뿍
바르곤 테이핑, 나른하고  졸립다. 여기서 그냥 쉬고 쉽다. 어쩌지?
한참을 노닥거리다 마지 못해 꼴찌 그룹과 출발, 발은 아프고 계속 걸어가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우의를 꺼내 입으며 고민한다.
일행이 정류소에서  잠시 피해 가잔다. 가나, 쉬나? 쉬고 싶은 유혹을 떨치려 내달린다.
시원한 빗줄기 속을  한참 달리다 보니 추월산 터널 (158KM). ,계속 달려도 앞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용치  삼거리 지나 농가에 들러 (165KM)물과 오이를 얻어 먹고 또 달리니
여러 주자를 추월한다. 오르막도 뛰어가는데 조직 위원장님이 힘내라며 바나나를 건넨다.
허기진 참에 바나나  3개먹고 나니 힘이 솟는다.
태양가든을 지나려니  J님 ,H님 식사중이다. 나도 해야 되는데 바나나 먹어선지 생각이
없다. 다시 여러주자를  앞서 빗속을 달리는데 배가 무지 고프다.
마침 HCS님  후원나온 친지 분이 건네주신 토스트와 매실 맛나게 얻어 먹고 (172KM)
감사 말씀 전하곤 또  달린다.
비는 계속  오락가락한다. 우의도 거의 다 찢어졌다. 찢어진 우의를 입고 달리는데
지나가던 소나타  승용차가 내 옆에 멈춘다. 창문이 열리고 예쁜 아줌마가 고생이 많다며
비 피할 수 있는  곳까지 테워다 줄테니 타란다.
상황 설명을 듣고서야  겸언쩍어 하면서 " 몸 조심하세요." 하며 떠난다.
맘씨도 곱다. 이쁜  아줌마에게 “고맙다” 인사 전하고 용기 백배하여 달린다.
아픈 곳도 없어지고  힘도 들지 않는다. 강을 끼고 도는 도로의 경치도 너무도 멋있다.
호남엔 들판만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산도 이쁘면서 강해 보인다. 한참을 달리다, 공중
화장실에 들러(181KM) 샤워후 옷 빨아 입고 주변 경관 구경하고 가랑비 맞으며
여름 특유의 시골냄새에 젖어 편안하게 달리다 보니  200CP다 (12일 20:50 C/OFF 23:00)
먼저 비누로 샤워후 옷 빨입고,식사하고 잠시 잠을 자려는데 출발 독촉이 심하다.
후미 주자들이 겪어야  하는 서글픔이겠지..
대충 발만 점검하고  출발이다.

*200K ~ 300K

밤 안개 자욱한  시골길, 혼자 걷기엔 너무 졸립다. 정신없이 졸면서 걷다가 잠을 쫒
으려 달린다. 잠잘 곳이 마땅치 않다. 버스 정류소에 우의 덮고 잠깐 누웠으나 모기
등쌀에 포기하고 다시  달린다. 혼미한 정신으로 이정표 따라 가다보니 7KM쯤 딴
길로 갔다가 되돌아 왔다. 졸린 탓이다, 시간도 없는데.  이래서 야간엔 동반주 해야 하는가 보다.
뒤에 오는 주자들과(W님) 경찰 지구대 사무실에 들어가 바닥에 누워 처음 편한 잠을
잤다. 추워서  깨어보니 30분 정도 잔 것 같다. 서둘러 길을 재촉, 전주시 외곽에 들어서
는데 먼동이 튼다.  전주는 생소한 도시라 지리에 밝은 주자를 따라 가야한다.,
모악삼거리(215km), 편의점에서 우유와 빵으로 허기를 면하고 울산의 JBY님  JHS님
과 동반주,. 전주 시내는 생각과 달리 오르 내림이 심하다.
동반 주자와 페이스도  다르고 리듬도 꺠져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길을 잘못 드는 것 보다 나을 거 같아 동행하다 보니 많이 늦어졌다.
종합 운동장과 전주역은  왜 이리 멀기만 한지. 모처럼 맞이한 반가운 태양이나 이내 무더워
진다. 전주역에서  좌회전 천천히 가고 있는데 뒤에 따라오던 주자들이 무척이나 다급해
보인다. 뭔가 잘못된 거 같아 일행을 뒤로하고 치고나갔다. 얼마후 진행 요원들이 생수를
나눠주며 시간 없다고 독촉한다. 아차  ! 또 실수......
전주 지나며 먹고 싶었던  콩나물 국밥은 고사하고 C/OFF 될 수도 있다.
날은 무지하게  더워진다. 편의점에 들러 빵, 우유 젤리로 끼니를 때우고 얼음물
2병 챙겨 소금 두알 먹고 ,아이스바로 가슴과 목뒤 Cooling 죽어라고 달린다.
땀이 쏟아져 눈이  따갑다. 발바닥에 불 날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면 잠시 걷다 다시 뛴다.
뛰면서도 잠시 졸았던 것 같다. 몸이 지치고 잠이 모자라서 그런지 250CP 는 너무도 멀다.
지겨운 자동차  전용도로 8:2 주법으로 여러 주자를 앞질렀으나 그래도 후미 그룹이다.
알바만 하지 않았어도, 시내서 노닥거리지만 않았어도 이리 고생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집 나오면 개  고생이라더니 ㅠㅠㅠ
그늘 한 점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를 두시간 여 죽어라 달리다 보니 겨우 C/OFF 면하게
250CP 도착. (13일 10:40 , C/OFF 11:00 )

아무 생각 없다.  아직 잘리지 않았고, 이렇게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졸음도 싹 가셨다. 살아 있음으로 행복한가????? ㅋㅋㅋ
도로 변이라 씻지는 못하고 ,물 수건으로  거시기 닦고 시원한 등목만 했다.
수박도 너무  맛있었다. 국밥은 너무 지쳐서인지 먹기 힘들어 몇 숟갈 뜨곤 바로 일어섰다.
이제부턴 내가 훤히 아는 길, 대둔산 공원 부근에서 자고 갈 요량으로  여유로운
마음으로 쉬지 않고  즐런한다.  많은 주자들이 그늘을 찾아 단잠을 자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옥계 계곡의 강 줄기가 시원하고 물소리가 우렁차다.
민가에 들어가 비누  얻어 계곡 물에 잠수 한다. 아 ~ 정말 좋다.
이런게 행복이겠지 .너무 호사스러워, 멋지다고 응원하며 지나가는 동료주자들에게
미안한 맘이 든다. 어떤 아줌마들, 차를 세우고 발가벗고 씻는 나를 끝까지 다 보고서야
간다. 없는 것도 아니며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난 것도 없는데…ㅋㅋㅋ
주변 의식 않고 비누로 빨아 입고 달리니  날아갈 기분이다.
베티제 (274KM)를 넘어 달리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시 우의 꺼내 입고 우중주.
진산면 사무소 앞,  영마회 회원들의 자극 정성 보살핌 받고 잠시 쉰다. 삼계탕으로 보신 후
사타구니에 후시딘  연고, 발바닥 물집처치한다. 한숨 푹자고 갔으면 좋겠지만 떡 두개
베낭에 챙겨 서둘러  출발.
금산 대전간 국도는  좁은데도 차량 통행이 많아 위험한 길이다. 얼마 쯤 가다 새로 개통된
자동차 전용도로로  들어섰다. 폭우로 노견위에 쓸려 나온 잔자갈이 발바닥에 쥐가 날 정도
로 괴롭힌다. 안영 터널을 지나면 바로 나타날 줄 알았던 300cp는 3km 더 가서야 겨우
도착했다. (13일  22:09 c/off 23:00)  텐트 안에는 잠을 자는 주자, 출발 준비하는 주자,
이제 막 도착해서 가방을 챙기는 주자들로 온통 북새통이다.
식당도 곧 문을 닫을 것 같고, 취침도 어려울 것 같아 식사후 대충 챙겨 울산의 yyk ,jcs씨
와 함께 바로 출발한다.

300k  ~ 400k

대전시는 하천 자전거 전용도로 이용하여 지나는데, 폭우로 길이 끊어져 다시 우회하고
어수선하다. 일행이  졸립다 하여 바닥에 누어 잤으나 모기의 극성과 추위로 눈뜨고
다시 행군, 여전히 졸립다. 대화공단 부근 정류소 의자에 쪼그려 누워 잠을 청하는데
누군가 우리에게 욕을  한다. "xx놈들 뭐하는 짓이야!
마누라 속 꽤나  썩이겠군, 에이 x놈들" 틀린말은 아니지만 기분도 그렇고 해서
그 x놈  가고난 후 바로 출발.
수자원공사 지나 편의점(312km), 아이스크림 먹고 잠시 쉬는데 자봉 요원이 “노닥거리지
말고 바로 출발하라“  독촉한다. 350cp  c/off 위험하단다.
지금 05:10  틀린 말이 아니다. 작년 537km 종단떄 현도 주유서 06:00경 여유 부리다가
혼쭐났었지.  우유와  빵하나 먹곤 일행에 독촉하고 혼자 내달린다.
작년에 들렀던  주유소에 다달으니( 06:30), 다소 마음은 놓이나 옷 빨아 입고 청원 IC
까지 쭉 ~ 청주에 사시는 고홍수님의 반가운 전화, 350cp에서 삼계탕 준비 하고
기다리니 힘내라 격려해  주신다. 작년에도 너무 고마웠는데, 또 .....
꼭 완주 해야지.  처음으로 욕심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그저 시간에 쫒겨 달리기만
했는데, 이젠 뚜렷한 목표가 보이고 그것을 꼭 이루고 싶다.
고맙고 또 너무도  고마워서 꼭 해내야 겠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내 주행이지만 힘든 것도 느끼지 못하고 350cp도착

(14일 10:30  c/off 11:00) cp에 도착하니 고흥수 형님과 대청호 울트라 조직위원 님들께서
반가이 맞아 주신다.  3년전 자봉때 알게된 분들이다. 고홍수 형님이 누우라며
마사지를 해주는데, 염치 없지만 너무 좋았고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손수 준비하신  삼계탕으로 보신 , 발 점검후 곧바로 출발 (12:00)
주유소에 들러 샤워, 옷 빨아 입고 울산의 jcs씨와 힘든 동반주, 이 친구 몹시 힘들어 보인다.
내수 사거리  (356km) 지나다 비를 만나 잠시 쉬는데, 조금만 자고 가잔다. 졸립지 않았지만
비 맞는 것도 싫고 해서 잔 것이 두 시간이나 잤다 (15:30)
서둘러 나서는데  호랑이가 장가 가는지 비가 오락가락한다. 증평 시내로 들어가 삼계탕
먹고 발 점검 후 출발,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363km 17:30)
비닐 우의도 찢어져 비가림이 제대로 안되어 쟈겟을 꺼내 입었다. 일행은 무척이
더디고 힘겨워 한다.  나 역시 장시간 비를 맞아 춥고 리듬이 깨져 힘들어 진다
나 혼자만 앞서갈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다. 후미 주자들도 꽤 많이 우리를
추월해 나간다.  물방아 휴게소(371km)까지 동반주 하는데 갑자기 몸에 열이 오른다. 저 체온증 ?
결국 양해 구하고 백마령 터널까지(375km) 죽어라 뛰었다 . 몸의 한기는 덜 했으나,
불안하다. 얼마나  처쳤는지 한참을 뛰어도 주자가 뵈지 않는다. 신천 삼거리 (383km)쯤 진행 요원
에게 우의 얻어 입고 계속 달리는데,천둥 번개에 비가 얼마나 쏟아지는지 발목 위에 까지 물이 차
오른다. 음성 만남의 광장에 이르러서야
한 무리의 주자들을  만났다. 계속 추월해서 앞으로 나가는데 주덕 오거리 쯤에서
빗줄기가 수그러든다. 무슨 서러움이 그리 많은지 하늘이 대성 통곡하는 것 같다.
이내 400cp안착  (14일 23:36 c/off 24:00)
충주의 AJH씨  대회 위원장인 YTH씨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뜨거운 설렁탕, 뚝딱  해치우고 바로 샤워후 옷 갈아 입고 잠시 누었는데 출발 재촉이 심하다.
추위에 떨어선지 무지  졸립다. 시간이 없어 배낭도 제대로 못 챙기고 쫒기다시피 길을
나섰다. (13:08)

400KM ~ 500 KM

비는 그쳐 다행이나  잠은 쏟아지고 한 밤중에 지리도 잘 모르니 난감하다.
YTH씨가 일러준대로 ADY씨를 길잡이로 조금 뒤처져 따라 나섰다. 헌데 이 양반들
계속 이야기 나누며 걷기만 한다.  나는 어디서든 잠을 자고 발의 피로도 풀어야
하는데.....  잠보다도  막판  질주로 부은 발을 쉬게 해야 한다.
한참을 따라 가다가  펜션이 보여 자고 싶었으나 길을 모르니 참고 따라간다.
아비숑모텔  (408KM) 앞 정류소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이는데 (10분정도) 추워서 잠이
깼다. 다시 출발, 뛰고 걷고  하는데 울산의 YYK씨가 한 숨자고 뒤늦게 따라온다. 충주 조절지 댐
부근서 잠시 곶감과  주먹밥 나눠먹고 동반주.  서로의 페이스가 다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즐런이다.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이렇게 편하고 여유로운 걸….
울트라 마라톤 특히  초장거리 대회 떈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인간적이고 비 이성적인  만큼 고생이 더 크다.
구룡휴게소 부근  식당서 냉수에 밥 말아 먹고 출발이다 (15일 07:00 423KM)
잠잘 시간을 벌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 달린다. 해남서 출발, 지금까지 겨우 5시간 정도
잔 것 같다. 그러고도  멀쩡하게 뛰고 있으니 인간의 한계가 어딘지.....
발에 열이 느껴지면 찬물에 담가 식힌다.  급경사와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완경사에서만
달리니 마음만  급하다. 소태재 부근 자봉 나온 경기 지맹서 준비한 식사는 배불러 먹지
못하고, 춘천댐  200KM 동반주 했던 김건오씨가 무척 반가웠다. 기념사진 찰칵,
천은사를 지나  백운령을 오르다가 매점에 물을 마시러 들렀는데 여성 주자인 KJA씨가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시간이 촉박한 건 알지만 애처러워 차마 깨우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배운령 정상에서  JBN님이 주신 개떡과 콜라 한잔, 어찌나 맛있던지요 !!!
감사 ,감사 ,감사 ,그러면서 저분이 왜 이 지점에서 자봉하시나?" 방심하지 말고 힘내라고!"
또 CC/OFF 를 생각해야 하나 ?  정신이 번쩍든다. 경사면을 내달리는데 폭우에
떠내려와 노견에 깔린  자갈들이 발 바닥을 너무 아프게 한다. 햇볕은 쨍한테 정말 미치
겠다. 한참을 달리고  걷기를 수 없이 반복한다. 홍대 마을 삼거리 (492KM) 부근 도로에
깔린  자갈을 피하려다 차도 경계석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아 ~악 !   비명소리와
함께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띠~  팔 " 욕지거리가 나오고 눈물이 났다
눈물을 훔치고 주변을  보니 버스를 기다리던 여고생들이 쳐다본다. 너무 창피하고 서러
웠다. 발가락이 너무도 아프다. 생 발톱을 뽑는 것도다 더 심한 통증이다.
처음으로 후회된다. 왜  달리는 거야, 무엇 때문에 ? 이까짓게 뭐라고?
너무도  서럽고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내 가족들이 보고 싶다.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실컷
울었다. 울다가 보니 가슴이 텅비어진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모든 것들이 풀어진 듯 하다.
왜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뒤를 돌아 보니 한참 먼 거리에도 따라 오는 주자가 뵈지 않는다.
지겨운  원주 시내를 달리려니 힘이 빠진다.
차들은 너무 빨리 달리고 푹푹 찌는 날씨, 발바닥에 불이난다. 신발에 물을 뿌려 보지만
워낙 더운 날씨라 잠시 시원할 뿐이다. 주유소에 들러 얼음 물 마시곤 코스맵을 보니 2KM
남았다. 이제  C/OFF 시간까진 여유가 있으니 계속 걷다가 500M 뛰어 450CP에 도착
(15일 12:39  C/OFF 13:00)

먼저 도착한 울산팀과  함께 삼계탕을 먹고, 부산서 응원나온 58개띠 회원들의 극진한
대접받고 원기  회복한다. 헐크(영마회전임회장)의 소식도 전하고 영동 곶감울트라 홍보도
하고, 고마운 정성  잊지 않고 꼭 완주 하겠노라고 마음을 전했다. 식당 마루에 앉아 발을
살펴 보니, 물집이 너무 많이 생겼다. 테이핑에 시간이 너무 걸려 일행 먼저 보냈다. 물수건으로
쓸린곳 닦아내고  등목한 후 후시딘 듬뿍바르곤 후미 주자들과 뒤늣게  출발.
창원서 오신 WJS님과 동반주, 원주
시내 벗어날 때까지 계속 걷기로 한다. 일부 주자들이 버스 정류소 그늘에 누어 잠자는
모습이 애처롭다.  우리도 자고 가야 하기에 경찰 지구대와 주유소를 찾는다. 주유소 고객 휴게실서
30분 정도잤다. 출발하려고 깨우는데 영 기척이 없다. 차마 깨울 수도 없고 혼자 가기도
그렇고 다시 자다 깨기를 서너번, 한 시간정도 더 잔 것 같다. 일행을 깨워 출발.
시간을 너무 허비한 거 같다. 국군병원 지나고 공항 터미널까지 (462KM) 속보로 가지만
다른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 참을 뛰다가 정류소에서 신 벗고 발을 식히며 곶감
나눠 먹고 또  달린다. 횡성 사거리 쯤에서 식사하고 나오는 후미 주자와 만났다.
우리도 식사를 해야  되나 좀 전에 간식을 먹었고, 너무쳐진 상태라 내쳐 달렸다.
장마비 그친  여름날 오후의 석양, 강가엔 고기 잡으러 나온 주민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정겹다. 시간에 쫒기지만 않으면 잠시 물속에 들어가 동참하고 싶다.
어렸을 때 즐겨하던  고기잡이 아니던가.   가로수도 없이 차량만 무섭게 내달리는 지겨운
자동차 전용도로  가도가도 끝 없을 것 같은, 사람 냄새라고는 없는 삭만한 도로가
이어진다. 자꾸만  걸으려는 W님을 재촉하여 신촌 I.C 지나 초당교 (474KM)까지 8:2로
뛴다. 신촌 I.C는 07년 횡단 때 k 여사와  C/OFF 면하려고 죽어라 달렸던 추억이 새로운 곳이다.
비 맞아 춥고, 졸려 정류소에서 쪽잠을 여러번 자다 보니 지체됬고 25km마다 check point가 있다는
걸 몰라 화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남은 한시간에  11km의 속도로 달려 겨우 통과 했지만 K여사
발목이 아파 고생이 심했고 나도 완주후 회복이 지체됬었다. 지금도 시간에 쫒기는 신세, 이게 다
사전 준비없이 무념무상 닥치는 대로 뛰기만 하니 그런가 보다.
  부근 식당에  들러 김치찌개 시킨 후 양말 벗어 선풍기로 발을 식힌다. 식당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20:30이다. 25KM 거리 정도면 시간은 충분하나 한 시간의 여유를 접어두고
일행을 독촉한다. 삼거리 터널까지 오르막길을  달리니 한 무리의 주자들 만나고 계속
추월해간다.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곳에서 부터 속보로 걷는다
마음이 놓이니 발도  아프고 …출발후 처음으로 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자리를 볼 수 있었다.
더 없이 아름다운  산골 밤 풍경인데 , 나는 지치고 오로지 잠자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리막 길이  끝나고 후미 주자들에 계속 추월당해, 다시 달리는데 곧 나올 것 같던 500CP
는 한참을 달려도 나오지 않는다.  항상 CP전 5KM가 제일 멀고 힘들지만 짜증난다.
CP가 옮겨간 것도 아닌데,이젠C/OFF를 걱정하며 죽어라 뛴다. 저만치 경광등이 보이는
걸 보니 다 왔나 보다  (16일 0:48 C/OFF 02:00)
도착하자마자 양말 벗고 식수로 발 씻고 옷을 갈아 입었다. 닭죽으로 허기를 채운 후
작년 537KM 종단 때 동반주 했던 H님께 발수리(?)를 맡기곤 응원 나온 지인들과
악수를 나눈다.  칭찬과 격려가 쑥스럽지 않은 건 왜 일까? 이쯤이면 완주는 문제 없다.
는 자만일까? 아님 스스로 대견해서? 얼른 채비하고 자려는데 잠자리가 여의치 않다.
할 수 없이  자봉님들께 고맙다. 인사하고 출발한다.
종단과 같은 초 장거리  여행 떈 철저한 사전 준비와 냉철한 판단력이 없으면 개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어설픈 인정머리도 버릴줄 알고 남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믿고 내 페이스
에 맞춰 달려야 한다.   그런데도 난 항상 후미에서 해매게 된다.
ㅋㅋㅋ

500K~600KM

자동차 전용 도로를  따라 가는데 지나가는 차량 속도가 시속 200KM 넘는 것 같다. 사고날까
겁이 난다.
게다가 나는 무지  졸립다. 인도 옆 공간이 있어 자려고 누웠는데 춥고 불안해서 일행을
설득 다시 걷는다. 휴게소에 들러 잠시 자고 갈 생각이다. 한참을 가다가  한 곳에 들러 컵라면과
먹을거리 시켜놓고 이내 의자에 누어 잠들었다.
누군가 깨워  일어나 보니 진행 요원이다. 더 지체하면 C/OFF 되니 서둘러 떠난란다.
옆 장의사 건물  화장실에 들러 일보고 나섰다.
몸은 말짱한 것  같은데 머리가 띵하다. 아무 생각이 없이 발걸음만 옮긴다.
일행이 너무 더디다.  뛰쳐 나가야 하는데, 이 무리에 휩쓸리면 또 고생할 텐데..
마음뿐이다.  결국 무리에 묻혀 지루한 여행이 계속된다. 날이 밝아오면서 햇살은  따갑고
흐르는 땀에 눈 뜨기도  힘들다. 소금을 먹었는데도 현기증이 난다.
힘든 중간 중간에  자봉님과 진행 요원들이 음료수,수박 빙과류를 나눠줘도 잠시 개운할
뿐이다. 멍한 상태가  계속되고 쉽사리 나아가질 못한다. 도로도 직선화 되어 지루하기
그지 없다. 배는 고픈데 이른 시간이라 식당도 마땅치 않다.
휴게소에서 먹지 않고 두고온 라면 생각이 간절하다. 곶감과 촠콜릿으로 아침 떄우고 계속
느리게 뛰고 걷는다.  너무덥다. 주유소에 들러 샤워후 옷 빨아 입고 뛰어 보지만
이내 지친다. 냄새나고  찝찝해도 비 맞는게 더 나을 거 같다.
작년에도 이정도  거리에서 데자뷰가 왔었지…불안한 마음에 일행을 뒤로 하고 뛰쳐
나가는데, 여러번 긴  다리를 건너도 인제 대교는 나오지 않는다 그곳이 546KM 했는데..
주변 경치는  아름다우나 내가 힘드니 느낄 수 없고 온통 짜증 뿐이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는 것을 느낀다. 배도 고프고 해서 다리 옆 식당에
들러 냉면 시키곤 깜빡  잠들었다. 30분 정도 잔 것 같다.
하도 곤하게 잠들어  깨울 없었다고 주인이 미안해 한다. 불쌍해서 그랬겠지.
고맙기도 하고  시간 없는데 화도 나고, 대충 식사후 소금 얻어 물마시곤 밖으로
나왔다. 한 낮의  태양이 너무 눈부시고 따갑다. 천천히 걸으면서 코스맵을 본다.
블루힐 모텔 지났고  이곳이 531km (12:10)
불안한 마음에 한참을 뛰다보니 동행했던 w님이 보인다. 어찌나 반갑던지, 지금쯤 cp에
도착했을거라 생각했는데  왜 이리 늦었냐고 묻는다.
미안한 마음에 데쟈뷰 현상 때문이라 말하고, cp서 자고 가려면 서둘자고 재촉했다.
8:2  로 계속 달려 가는데 더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W님께 소금 두알 건네주고 계속 앞선
주자들을 추월해 가는데 홍일점  KJA님인 무척 힘들어 보인다. 곧 쓰러질 것 같은 애처러운 모습
이다.. 중도에 포기하고 자봉하는
JBY님이 준  얼음 봉지를 건네고,가슴과 목 뒤에 넣고 열 식히라 말하고 앞서 나간다.
정말 무지 덥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다. 땀에 눈이 따가워 정신이 없다.
더워 물을 마시면  5초도 지나지 않아 땀이 샘 솟는다.  차 타고 지나가던 여성 자봉님
에게 얻은 얼음 주머니로 가슴과 목뒤에 열을 식혀 보고, 물과 얼음을 입에 지만 소용이
없다. 그저 지쳐만 간다. 시간도 없는데 이놈의 인제 대교는 가도 가도 나오질 않으니 미칠
지경이다. 할 수 없이 보는 이 없으니 상의는 최대한 가슴까지 말아 올리고 하의는 번호표로
가려지니  거치장스러운 거 밖으로 내 놓고 얼음물 뿌려 가며 뛴다. 가관이겠지만 살고봐
야지 어쩌겠나. 드디어 인제대교 (545km), JBY님이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어준다.
"송형  믿습니다. 완주해요 !" 정신이 번쩍 든다. 믿는다고요, 완주할 수 있다고요? 이 눈물
겨운 고마움을 어찌  표현할꼬? 그저 "j형 고맙소, 내 이 웬수 꼭 갚으리다". 말하고 씩 웃어
주곤 내달린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날 믿어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전,청주,충주 평창에서도 그랬지, 모두들 완주할
것을 믿는다고. 그러니 어찌 포기할 생각을 하냐 ? , 죽어라고 달릴 수 밖에 .
  갑자기 힘이 솟는 것 같아 w님 생각도 못
하고 내 달려 먼저  550cp에 도착 (16일 14:03 c/off 15:00)

도착하자마자 수박으로  갈증 면하고 바로 세면장으로 직행, 샤워후 옷 빨아 입고 식사
하는데 너무 고생을 해선지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한참을 있다가 찬물에 말아먹고
일어섰다. 잠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물집 제거하고 테이핑 자봉 서비스 받고 헐은 곳
후시딘 연고, 민감부위  바세린 뜸뿍 바른후 혼자서 아쉬운 출발......
그늘에서 한숨 자고 갈 요량으로 잘 곳을 찾아 보지만 여의치 않다.
인제-설악 구간의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속보로 걷는다. 뛸 때는 몰랐는데 다리가
햇살에 무척 따갑게 느껴진다. 살펴보니 벌겋게 데인 거 같다. 한 낮에 무리할 필요는 없
으나 잠잘 데도 없어  8:2로 내 달린다.
서호교 (555km)  밑에 한 무리가 맛나게 자고 있어 내려가 보니 울산팀이다. 자갈 밭
그늘을 찾아 자려는데  W님 전화다. 위치 알려 주고 쿨쿨 ~ (20분정도) . 인기척에 깨서 보니
이 친구들 자기네들만 가려한다. 지리에 어두우니 아쉬운 잠 뒤로 하고 함께 나섰다.
560km 지점  매운탕 집에서 맛없는 저녁 먹고 발 식히고 냉수 얻어 출발. 삼거리 검문소를
지나는데 서산서 온 HSJ님이 힘들어 보이는데 베낭에 물이 없다. 내 얼음 꿀물 한병
건네 주고 힘내라  격려하고선 앞서 나간다. 여러 CP서 H님 부인에게 받은 정성을 일부나마
갚는다는 위안으로  마음은 가볍다. 잠시 딴 생각하다 도로변 돌출 부위에 걸려 엎어질
뻔 했다. 등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아찔했으나 좀전 체서 받은 페이핑 덕에 ,큰 충격에도
발목과 무릎은  괜찮았다. 나의 테이핑은 간단하다. 장거리 여행 전에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한다. 먼저 발바닥은 앞부위를 테이프로 감싸고 ,발가락은 3M 벤드로 감아
주고 발목은 선  상태에서 발등부터 앞 정갱이 부위로 40CM 정도 테이핑 후 복숭아
뼈 상단을 가로질러  감싸준다. 테이핑이 안된 발 부위에 바세린 바르고 발가락 양말
신으면 여지껏 별 문제  없었다.
검문소를 지나 내설악 계곡을 끼고 도는 환상의 코스를 지난다. 도로는 좁고 차량 통행이
많아 위험하다.  여지껏 경험하지 못했던 황홀한 데지뷰!!!!! 천국의 희열과 행복감!!!! 바로
그것이었다. 우유빛 뽀얀 화강암 계곡 사이로 우렁차게 흐르는 강물도 좋았지만, 아름다운
계곡의 모든 것들이 내 생각대로 변하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흥분된다.
전에 내가 보았던  아름다웠던 것들을 전부 다시 보여준다. 모두가 살아 움직인다. 구름 위를
바람에 따라 떠다니는 듯한 포근하고 평온한 느낌. 그동안 힘들었던 일은 까마득히 잊어 버렸다.
새털같이 가벼운 느낌, .
좀더 오래 즐거움을 맛보고 싶었으나 일행과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다시 달린다. 일행보다 빨리 뛰고 오래 걸어 가면서 이 행복한 순간들을 더 향유하며 즐런, 그저
즐겁게 달리고 있을 뿐이다.
달리면서 느껴지는 바람조차도 내게 속삭이는 거 같다. 이런 마음이라면 누군들 사랑하지
않겠으며 용서 하지  못할 일이 무엇 이겠는가?
일행이 휴게소에  잠시 쉬어 가자고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자꾸 뒤쳐지는 일행을
떨치고 내 페이스대로 나가야 하는데 망설여 진다.
날은 어두워져 오고  도로는 확장공사로 번잡하다. 일행이 이상하게도 까칠하게 군다.
삼거리 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나서는데 한기가 느껴진다. (476.5KM 21:10)
가량비 맞으며 걸어가고 있는데 대회위원장인 YTH님이 지나다가 차를 세우고
"형님  틀림없이 완주 하리라 믿어요. 지금 완주패 맞추러 먼저 서울로 갑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안전 주의 하세요 . 파이팅 !"
나를 믿는다고? 힘겨워  그만 두고 싶을 때 가장 힘이 되는 말이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마음 깊이 새긴다. 즐겁게 무사 완주 할수 있도록 힘써 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르막 길을 걷는다. 일행이 하는 말 600CP 까지는
23KM 남아 걸어가도  C/OFF 면할 수 있고 나머지 구간도 걸어서 완주 가능하단다.
긴장이 풀려선지 약간  졸리면서 기분이 좋아 진다. 가로수를 비추면 아름다운 모습
으로 변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산천 초목이 다 나에게 뭐라고 속삭인다.
계곡엔 케미라이트  불빛이 보이고 하얀 바위들이 멋진 조각품들로 변하면서 내게
손짓한다. 너무도  사랑스럽다 . 온세상을 다 껴 안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시인의
마음이 이럴까?  온 세상이 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일행과 조금 처져  맘껏 행복감을 즐기는데 영동에서 전화다. 결승점 도착시간 10시경
이라 말하고, 조금  가다보니 진부령 고개 정상이다. (585KM)
고도가 높아서 인지  매우 싸늘하다. 이젠 내리막길 ,발가락이 아파 속도가 더디니
졸음이 쏟아지고  피로가 몰려온다. 일행은 자꾸 짜증내고, 나 역시 힘들어진다.
가드레일 잡고 졸다가 걷기를 여러번 ,힘겹게 나가는데 KUMF 회장이  600CP 까지
14KM 남았는데 이런  속도라면 C/OFF 된다고 한다.
뭐라고 영동팀은 완주 축하하러 올라오고 있는데 C/OFF 된다고, 여기까지 와서?
정신이 번쩍 들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시계를 보니 00:20 이다.
일행에게 난 포기 할 수 없고 무리 해서라도 도전 하겠다 말하고는 죽어라고 달렸다.
작년 537KM 종단  때와 마찬가지로 막바지에 잘리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얼마 전까진 시간이 충분하다고 했는데, 왜 시간이 없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무조건 내 달린다.  600CP. C/OFF 면해야 되니까.
많은 주자를 뒤로하고 내달렸다 .어떤 주자는 배낭을 차에 얹고 포기하는 거 같았다.
여기까지 와서 왜 포기하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 더 빨리 달린다.
비목 596 KM까지  달리다 보니 식수도 떨어지고 목이 말라 미칠 지경이다.
지나는 택시를 세우려해도 서지 않고 도망간다. 할 수 없이 논에 고인 물로 목만 축이고 또
달인다. 앞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를 세우고 식수를 청하는데 낮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영동서 올라온 이쁜  영마회원 들이다. 걱정되어 마중 나온 것이다. 무지 무지 반가웠다.
꿀맛 같은 물 마시곤  용기 백배하여 질주, 600CP 도착 (17일 01:57 C/OFF 05:00). 일행에 C/OFF
시간이 02:00 아닌 05:00라 알렸다. 자리에 누워 다리 마사지 받고 수박 화채로 갈증
달래고, 아이스 홍시  4개 먹곤 다시 출발이다.

600KM ~  FINSH LINE

CP를 나서는데 내가 일곱 번째 출발하는 주자란다. 이제야 완주 실감이 난다. 그래 빨리 마치고
잠좀 실컷 자보자.  한 참을 달리니 바다 저만치 고기잡이 어선의 불빛이 여리게 비친다.
잠시 걸으며 하을을  보니 별도 참 많다. 너무도 고요하고 깜깜한 밤, 산들 바람에 비릿한
바다 내음까지 느껴진다.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쏟아진다. 도로 옆 농로에 쪼그리고 앉아 자고
있는데 “나 김제서 온 KKS요, 먼저갑니다!" 외치며 지나가는 소리에 깨어 다시 달리니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이 힘든 여행도 해피엔딩이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8:2주행 ,아직은 인기척 없는 주변 구경 하면서 혼자 살아 움직
이는 이 기쁨을  마음껏 즐긴다. Finish Line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래, 또 해냈구나! 화진포 만남의 광장이 보인다. 작년 금강산 여행 때 들렀던 곳, 저
곳이 결승점인가  보다. 나는 울트라 여행 마지막 2km는 반드시 걷는다. 그동안 누적된
근육의 피로도 풀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니 잘 나오게 세수도 한다.
항상 웃는 모습을  유지한다. 내가 좋아하는 울트라 끝에는 즐건 마음과 멋진 폼으로 마무리 하고파, 항상 웃으며 들어 간다.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는데 썰렁하니 아무도 없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통일 전망대 출입
신고소를 물으니  앞으로 4km 더가야 된단다. 내가 착각했나 보다. 결승점이 만남의 광장이
아니라 출입국 신고소 광장인 것을.  뛰어 ,걸어?  에라 모르겄다,걷자. 이른 아침 해안 시골길을
걸어가니 여행의 새로운 멋이 느껴진다. 다음에 한번 더 도전해 봐야겠다는 욕심마저
생긴다.
사람의 마음은 여간  간사한 게 아니라서.......... 한 참을 걸어가니 6박 7일간 긴 여행의
종착지가 보인다.  보는 눈들이 있어 500m 정도 뛰어 Finish Line 에 섰다. 그래 이제야
끝나는 구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참으로 멋진 여행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에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과 깨달음이 필요할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멋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까지 너무나 고
마운 분들이 많았다.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살아 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의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왜 힘든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물으면  "그냥 달리는 것이   좋아서"
라고 말할 수 밖에요.


*월간  운동량 (KM)
년 / 월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2007년   272   229   207   336   307   373   247   339   499    307    171    180
2008년   249   249   329   370   312   419   632   222   365    141    363    238  
2009년   125   196   266   232   377   400   701   227   258    176    165


이젠  나도 욕심내지 않고 즐기는 울트라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골인지점 10KM전 쯤에서 막걸리 한잔 들이킬 수 있을 정도의 여유도 생기겠죠.
그동안  마라톤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 (?) 하렵니다.
이번  622KM 국토종단 완주기는 분량이 많아 지루하겠지만 겪고 느낀 그대로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동호회원  여러분이 제게 보내준 뜨거운 성원에 다시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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