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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8 국토 종단 537KM 완주기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08-08-08 09:13
조회수: 4860 / 추천수: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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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망배 단에 도착한 종단 완주 자들의 사진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지치고 처량한 모습, 10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버린?)듯한 묘한 표정에 한없는 연민의 정이 느껴집니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힘든 것을, 모두 그만한 사연이 있었겠지요. 나 역시 이 무리에 섞여 6일간 모든 걸 잊고서 오로지 결승점에 서는 자신의 모습만 그리며   달렸습니다. 도전하고, 즐기고, 성취하는 즐거움 외에 또 다른 무엇이............

제가 완주기를 쓰는 이유는  누군가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할 때 먼저 겪어본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봅니다.
울트라 마라톤은 체력이나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죠.
직접 체험으로 얻은 많은 경험과 선배(고수)들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쌓은 지식(내공)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축적돼야 하는 달리기의 종합예술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마라톤 경력-

2005.1.1 체중을 줄이고자 달리기 시작, 8월 영동포도 마라톤 하프에 참가 완주하고 10월 공주 동아 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2006년 4월15일 청남대 울트라대회 100km 첫 완주했고 2007년 한반도 횡단 308km 완주 등 총 27회의 울트라와 풀코스 10회 참가 했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아는 것이 없어 고생도 많이 했고 부상도 잦았지만 선배(고수)들의 조언과 소개 책자를 통해 배운 것들로 보다 빠르게 적응한 것 같습니다.


- 참가 준비 -

6일간의 대회기간 동안 일상의 공백을 줄이고자 몸과 마음이 무척 바빴습니다.
대회 3일전까지 짊 꾸리기, 이미지 트레이닝 등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대회 날까지 가방도 챙기지 못했다. 예약 기차를 놓치고 KTX로 겨우 태종대에 도착. 집에 전화하고몇몇 지인들과 인사 나누곤 사진도 안 찍고 배낭을 챙겼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가방이 제일 크다. 배낭 역시  불안한 마음에 필요 이상으로  챙겨 넣는다. 충북에선 제천의 최 여사를 비롯해 5명이 도전한다. 모두들 5,6월에 500km~600km씩 연습했다고 하는데 난 겨우 300~400km 정도씩, 두려움과 자괴감이 앞서 기가 질린다.대충 정리해서 맡기곤 모자상이 있는 출발지로 걸어서 이동. 도중에 약수터에서 식수를 채우곤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해본다.
지리에 익숙지 않은 경상도와 경기도는 그 지역 참가자에 Phase를 맞춰가고 내가 아는 지역은 내 Phase로 시간을 최소 12시간이상 여유롭게 주행한다.  오직 완주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는다.

-출  발- 7.12 00:00

0-100KM (와 이리 덥누 ?)

시간에 쫒기다 보니 스트레칭도 못하고 출발. 언제 울트라 뛰면서 스트레칭 했나? 거시기하면 가다가 하지. 해양대 입구 지나 영도대교 건너는데 시간이 55분(10km지점) 날씨도 더운데 주자들이 너무 빨리 달린다. 땀도 많이 나고, 소금도 먹을 겸 속도를 늦춘다.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바 두개 가슴과 등 뒤에 넣고 열을 식히며 달린다. 바닷가인 부산도  이렇게 더운데 한낮엔 얼마나 더울는지, 애꿎은 물만 자꾸 들이켜고, 지루한 낙동 제방둑 길을 내 Pase대로 달린다. 구포대교를 건너면서(30km) 지나가는 여학생에게식수를 동냥하여 갈증을 면하고 시원한 강바람에 힘을 낸다.
대저 삼거리 지나 주유소에 들러 상의를 빨아 입고 취약 부위와 발을 씻고서 달린다. 김해 버스터미널쯤 시골장이 서는데 차량으로 복잡하다. 과일을 사먹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울산 팀과 합류하여 동반주. 경남지맹서 주는 오이 맛있게 먹고는 Pase를 더욱 낮췄다. 새벽인데도  도무지 시원하지 않다. 초반부터 무더위와 싸워 지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자주 걸었다. 홈플러스 지나 완만한 경사언덕은 걷고 내리막길을 질주하다보니 50km 유동시피에 도착(07:24). 국밥 두 그릇 먹고 식수 채워 곧바로 출발이다.

덥기 전에 더 가야 하지만 아침부터 햇살이 너무 따갑다. 공원 화장실에 들러 홀딱 벗고 샤워하고 옷 빨아 입고 달리는데도 머리가 띵하다. 여기서 치마 입은 포항 팀의 이희우씨와 즐거운 동반주 100km까지 달렸다. 이 양반은 항상 상대를 즐겁게 하는 매력이 있어 좋아한다. 밀양 수산면 지나 우회전해 달리는데 발바닥에 불이난다. 20분정도 달리다  신발 벗고 발 식히길 반복한다. 대산초교 지나 식당서(67.2km) 콩국수 정말로 맛나게 먹고 또 출발(11:00).  이쁜이 응원 문자가 날 웃게 한다. ㅋ ㅋ. 무지고맙수다.
수산대교 지나 지루한 직선 도로를 달리는데 너무나 덥다. 숨이 턱턱 막히고 비 오듯 하는 땀에 눈도 따갑고 정신이 없다. 마을로 통하는 암거 밑 아스팔트 도로에 누었다 한기를 느껴 깨어보니 한 시간 정도 잤다.
서둘러 다시 달리는데 심천이 고향인 김구현씨를 만났다. 더위에 많이 지쳐 보였다.  주유소에 들러 샤워하고  먼저 출발, 밀양 오거리 부근 식당서(89m) 설렁탕 먹었다. 동반주자와 페이스 차이가 있어 인터발식으로 변칙 주행을 하는데 미안해서 다소 무리 했더니 결국 물집 발생, 무지 따갑다. 바늘과 실로 물집 처치하고 3M 밴드로 감아주니 한결 좋아진다.
일행을 뒤따라 열심히 달리는데 누가 소리친다. 앞선 주자들이 길을 잘못 들어 알바 하는 중. 휴! 다행이다. 암행 CP서 Check하고 음료수 한잔 마시고, 멋진 포즈로 찰칵하고 100CP 상동역에 도착. 보는 눈이 많아 샤워는 못하고 물수건으로 거시기 닦고선 식사 후 바로 (7. 12 18:12)출발이다.100~200KM (잘못된 동반주,  2*1=4/2 )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잘 왔다. 이제 길을 모르니 함께 가야 한다. 서둘러 한참을 달리다보니 낮에 보았던 울산 팀이 보여 함께 동반 주. 가능한 내일 더워지기 전에 대구를 벗어나려면 첫날 많이 가야하는데, 날씨가 워낙 더우니 어쩔 수 없지만, 일행의 페이스에 맞추다 보니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 앞서 나가는데 잠이 쏟아진다. 내 페이스로는 15km정도 앞서 있을 텐데 리듬 깨지고 기분이 나빴으나 내 탓인걸 어쩌겠나.
가족의 전화 받고 다른 주자와 송금교회 부근 인도에 누워 한참을 잤다.(30분정도)1.5 km 정도의 오르막을 오르니 정상에 남성현 식당이 보인다.(123km)컵라면과 우유를 사먹고 수돗가에서 대충 씻고는 단독 주행이다..시원한 밤공기에 한참을 달리다 보니 날이 밝아오고 129km 지점 갈림길에서 시내로 잘못 들어 알바 했으나,  여러 교차로를 지나니 월드컵 삼거리가 나온다. 곧이어 담티 고개 150CP도착( 7.13 05:38).
영동이 고향인 박희옥씨 (횡단동반주)와 이태재씨가 반가이 맞아주며 토마토, 음료수를 권한다. 더워지기 전 시내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발 상태만 확인하고 출발. 또 다른 울산 팀과 동반주. 해가 뜨니 덥고 다시 발바닥에 불이 난다. 30분 뛰고 신발 벗고를 반복한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물집 제거하고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 전력질주. 물집은 좌우 번갈아 발생된다.  다리 밑 암행CP서 물집제거 후 잠시 쉬고, 내 페이스대로 왜관까지 주행. 대구 성지순례때 지나온 길이라서 안심이다대구지역의 찜통더위는 대단하다. 오르막은 무조건 걸을 수밖에 없고, 평지도 1km 이내 달리고 걷고를 반복한다. 배도 고프고 식당가서 한숨 자고 갈 욕심에 속도를 내보는데, 진천이 고향인 연태흠씨가 무척 지쳐 보인다. 설사 때문에 죽을 맛이란다. 꿀과 곶감을 주고 먼저 앞섰다. 쉼터에 들러 주문하고 대충 씻고 기다리는데 주문 누락으로 30분 이상 더 기다려야 한단다. 빵과 우유를 사서 허기를 채우곤 더위와 싸우면서 간다.
왜관 T/G 지나면서 소나기가 내려 좋아했는데, 잠시 뿐 습도만 높아져 숨이 더 막힌다. 발도 엉망이다. 왜관대교 입구서 물집 손보는데 집에서 전화다.(185km)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언제고 그만 둬요 그게 더 큰 용기”란다. 컨디션 최상이라 말하고 힘내서 달린다. 5km쯤 달렸을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신나는 우중주로 200CP 도착(16:43). 배가고파 식사부터하고 샤워 후 배낭 챙기고 발 손질하곤 잠시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배낭을 챙기며 힘들어 하는 연태흠씨에게 매실 엑기스도 주었다.
200~300KM (여기서 그냥, 가기 싫다)
신발을 갈아 신고 서둘러 출발. 비는 그치고 구름 걸친 금오산이 참으로 아름답다.
완만한 경사는 뛰고 부상고개 이르러서는 계속 걷는데 차량 통행이 잦아 조심스럽다. 고개에서 태은씨와 병학씨가 반가이 맞아준다. 날은 어두워지고 잠이 쏟아진다. 주유소에 들러 잠시 잠을 청하는데 고함소리에 깼다. 어느 주자가  허락 없이 물 먹으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나 보다.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 주행하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도로공사중 이라 조심했는데 통화중 좌측 발목이 삐끗 에고~ 성지순례 때 부상당한 곳인데 걱정이다.
큰 통증은 없어도 불편하다. 졸리고 다리도 불편해서 영양탕 집에 들려 식사는 않고 들어 누었다. 주인이 깨워 일어나보니 문 닫을 시간이다. 염치없어 얼른 나와 부지런히 달린다. 텅 빈 김천 시내를 지나 김천역 광장 무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충북 지맹 회장님 전화다. 배낭 무겁다고 핀잔 듣고, 발가락 물집 치료 받고는 다시출발. 여기부터 청주까지는 훤하게 아는 길이다. 서늘한 밤공기의 기운을 받아 추풍까지 15km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달리는데, 배가 너무 고프다. 친구에게 전화로 먹을 것을 부탁 추풍령 교차로 부근에서 김밥과 오뎅을 다른 주자와 나눠 먹고는  신나게 달려 여러 주자를 추월했다.
250CP (7.14 06:55)에 다다르니 자봉하고 있는 영마 동호회원들이 눈에 들어오고 환영 플래카드가 보인다. 그래 내 집이다. 회원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힘을 다시 얻고 얼음물에 발을 식히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

사진 찍고 컵라면과 과일 화채로 요기를 하고 영동군민 운동장으로 출발, 화장실서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시내로 들와와 백조식당서 식사 후 2시간 꿀맛 같은 잠을 잤다.(14:00)
너무 오래 잔 것 같아 한 낮이지만 빠른 속도로 주행. 난계 박물관 앞 다리를 건너며 잠시 강변 풍경을 즐기고는 울산 팀과 합류 다시 달린다. 주유소마다 들러 씻고 냉수 얻어 마시고, 어둡기 전에 300CP 도착하려 속도를 내 본다. 옥천을 지나면서 힘들어하는 여러 주자들을 뒤로 하고 달리는데 직원의 전화. 저녁으로 백숙을 준비했단다.
역 부근에서 맛있게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곤 어두워진 도로를 달린다. (290km)
수박다리를 지나는데 한준기씨를 만났다. 삐끗한 발목도 아파오고 졸음도 오던 차에 동반 주 하게 되어 다행이다. 4km 정도 되는 오르막길을 여유를(?) 부리며 마달령을 지나 내리막을 달리니 바로 300CP 다.(21:59)
권 여사 반색을 하며 동반 주자에 의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는 충고를 한다. 샤워부터하고 배낭을 챙기곤 식사를 하려는데 백숙을 먹어선지 생각이 없다. 발가락 물집 손질 후 양말 갈아 신고 동반주 하기로 한 경기 팀과 함께 출발이다.

300-400CP (포기도 쉽지 않다.)

비룡 삼거리 지나는데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고 동반 주자와의 페이스 차이로 힘들다. 양해를 구하고 앞서 달렸다. 가양 사거리 (309k) 버스정류소에서 잠시 졸다 깨어보니 좀 전의 일행이 지나간다. 얼른 채비하여 합류, 신탄진까지 동반주. 졸려서 자려는데 모기의 극성으로 둘만 일어나서 계속 주행한다. 현도교(323k)를 건너 현도 초교 에 이르니 동이 튼다. 인근 주유소에 들러 샤워 후 옷을 빨아 입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둘이서 모처럼의 즐런. 청원 IC 입구서 암행 CP 체크하고 여러 소식을 들었다. 실격자, 사고자, 포기자, 나도 별 수 없는데 안타깝다.  반갑지 않은 햇살에 뛰다 걷기를 반복하며 E마트에 다다르니 전화가 온다. 고흥수님이 350CP에서 식사를 준비해서 기다리신다고. 주변식당서 요기하고 잠시 자고 가렸는데 15km를 더 가야 한다. 청주 도심지를 지나기는 정말 힘들었다. 잠도 오고 허기지고, 도로사정도 수월치가 않았다.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발목 통증도 오기 시작한다.
머릿속은 온통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찾는 생각뿐이다. 육거리 (345k)에서 마중 나온 고홍수님을 뵙고는 용기를 내서 다시 달린다. 8시부터 계속 기다리셨다는데 미안한 마음에 포기는 400CP 이후에나..... 350CP(7.15 11:30) 들어서자마자 양말 벗고 얼음물 담금과 발가락 손질 후  손수 끊여주신 삼계탕을 일행과 나눠 먹고는 의자에 누워 잤다. 청남대 마라톤 동호회(07년 청남대 울트라 자봉때 알게 됨) 여러분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원기회복 하여 또 도전이다

주유소에 들러 샤워하고 식수를 얻어 2.8km 짧은 샛길로 방향을 잡았다. 오근장교를 지나 탄력이 붙는데 일행이 다리 밑에서 자고 가잔다. 컨디션 좋을 때 거리를 줄여야 되지만, 날씨도 너무 더워 한 시간 자고서 달리는데 무척 힘이 든다. 리듬이 깨진 것이다.
그늘도 없이 자동차만 다니는 길이라 질린다. 페이스가 달라 일정거리를 벌렸다가 줄이는 변칙 동반주로 지겨운 직선화 도로를 달린다. 다행히 350CP 서 신발 옆을 자르고 부터 물집걱정은 덜었다. 진천터널을 (367km) 지나는데 배도 고프고 너무 지치고 스프레이를 뿌려도 발이 아파온다. 김구현씨와 다시 만나 진천 시내까지 동반주다. 구길 로 오던 중에 길을 잘못 들어 알바를 했단다. 이리 힘든데 알바까지.......  이월면 식당서 (381km) 컵라면을 먹고 발목 얼음찜질 하는데, 연선배님의 전화다. “시간도 없는데 뭐해, 16km나 남았는데? ”(21:20), 12km 남은 걸로 알았는데, 4km는? 서둘러 채비하곤 정신없이 뛰다 걷다 를 반복하는데 발목이 너무 아프다. 일행 먼저 가라고서 또 포기를 생각한다. 어쨌든 400CP는 가고 봐야지. 와-- 미치겠네, 정말로. 한번 해보자, 청주 분들...........
가랑비도 내려주고, 또 꼴찌라고  호위 차량까지 따라와 주니 용기백배다.
발목에 스프레이 뿌리고 미친 쾌속주행, 제법 탄력이 붙는다. 오르막길이지만 정신없이 뛰다보니 400CP(394.5km),  풀코스도 이렇게 뛰지 않았다.(7.15 23:53) 청주서 뵙던 분들 다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식사하고 샤워 후 시간 없어 발과 발목, 테이핑하고, 바로 출발이다. 처음 해본 발목테이핑 (경기 지맹의 자봉님) 완주동안 그 효과는 놀라웠다.

400-500KM (너희가 데자뷰를 아느냐?)

이젠 길을 몰라 동반 주자인 한준기씨의 페이스 맞춰야 한다. 매산 삼거리(402km) 쯤에서 김구현씨와 한동안 동반주, 진통효과 있다는 파워 에너지도 얻어 마시곤 길잡이를 따라 나선다. 주유소에서 판지 깔고 잠깐 자다보니 동이 트고, 인근 식당서 갈비탕 먹고선 계속 달린다. 시간이 없다. 다리도 아프고 ,그런데 이 친구 잘 달린다. 뒤도 안보고 저 갈 길만 간다. 양지 사거리 (426.5km), 용인 삼거리 구간서 길잡이의 착각으로 귀중한 시간 허비하고, 어정 삼거리서 해매다 보니 절박하다.
나중엔 길잡이도 사라지고 코스 맵을 꺼내보지만 방향 감각이 없다. 또, 마지막 스퍼트 에고 ~ 내 다리. 다행히 권여사 님이 차를 몰고 마중 나와 지름길로 유도해 준 덕에 겨우 450CP도착 (447km)이다.(7.16 11:46)  
그런데 앞서가던 김구현씨 자세가 말이 아니다.
힘내라 격려해도 포기한다고 한다. 마음이 짠했으나 나 역시 남 걱정 할 처지가 아니다. 화채 두 그릇 비우고 얼음찜질 하는데, 권여사 또 불만이다. 그 맘 다 아는데, 어쩌겠소?  다시 출발 하는데 비가 쏟아진다. 근처 식당서 막국수 먹고 한숨 자곤  출발(14:00). 길잡이 따라 수원, 판교, 의왕, 과천 시내 진입까지 처음 가본 길을 열심히 우중주 했다. 청계사 사거리 (467k)부근서 저녁 먹고는  바로 출발. 과천 주민 센터서 잠시 졸고 (난발손질) 남태령을 지나 사당 현충원 한강대교 까진 잘 갔다. 이후부턴 데자뷰현상 때문에 지난 곳을 또 지나고 계속 헤맸다. 서울 시내의 인도는 참으로 힘들다. 경사도 심하지만 아픈 내 다리로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게다가 일행도 놓치고 아차 싶어 서울역 쪽으로 신호등 무시하고 죽어라 달렸다. (22:30)
서울역 광장서 만난 자봉님에게 독립문을 물으니 3km 더 가야 된단다. 아이고~ 다리는 아픈데 CP마다 스퍼트를 해야 하니 화도 나고 서글퍼진다. 뭐한다고 사서 고생이람 시계를 보니 30분이 채 남지 않았다. 정말 싫다. 뛴다는 것이 도로에 주저앉아 쉬고 싶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탈락될 순 없는 일, 그래서 또 죽어라 뛴다. 경찰청 옆에 있다는 독립문은 왜 그리 먼지 겨우 3분 남겨두고 500CP에 도달했다(491km) CP는 벌써 파장 분위기다.(7.16 23:57) 자봉님께서 주는 떡과 주스로 허기를 채웠다. 시간이 없어 쉴 수도 없다. 아픈 발가락 테이핑과 양말 갈아 신고 바로 출발이다. (7/7 00:20) 잠깐이라도 잠을
자야하는데......


500KM~~임진각 ( 정말로 환장 하겄네 , 2*9=?  ㅋ ㅋ )

이제 남은 거리는 37km, 시간당 6km만 가도 제한 시간 내엔 골인 할 수 있다. 그래도 두 시간의 여유는 갖고 싶다. 7km이상의 속도로 문산 방향 이정표를 따라 힘겹게 서울시를 벗어났다. 정류소에서 잠시 졸고 하의를 바꿔 입고는 다시 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번도 와 본적이 없는 곳인데 내가 생각하는 대로 길이 전개된다. 이 무슨 조화인지? 겁도 나고, 흥분된다. 이게 말로만 듣던 데자뷰 현상? 여러 주자를 추월한다. 모두들 거지가 따로 없다. 잠시 걸어가는데 자봉님이 지나면서 “지금 걸으면 시간 내 완주 못합니다. 계속 뛰세요!” 한다.
시계를 보니 03:30 그러면 23km 정도는 왔을 터 14km면 걸어도 완주하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 512km정도 왔고 500CP지점이 491km라서 망배단 까지 달려야 할 거리가 37km가 아닌 46km란다.

맞다. 왜 착각했지, 9km 더 가야 한다고? 아이구야! 머릿속이 하얘진다. 성질이 무지하게 난다. 집행부를 비난하고 자신의 못남에도 욕설을 해댄다. 아픈 다리를 혹사시키며  여기까지 왔는데, 거리 착각으로 완주 못하면..... 걸으면서 여러 생각에 잠긴다. 꼭 완주할 수 있다고 응원한 이쁜이 영마회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칠 대로 지친 내가 25km를  아픈 다리로 가능 할까 ?  너무 무모한건 아닌지  망설여지는데 욱하고 화가 치민다. 어차피 등신 소리는 듣게 된 거, 지금 못하면 2년 후 숙제로 남는 거야.   해보자! 나 같은 인간도 있다는 걸 보여주자!  다들 안 된다고 하겠지.
근데 서산서 온 주자가 부인과 다툰다. 포기하지 말라고 채근하나 본데 ,  맘대로 되는가?  오죽하면 여기서.....배낭에 있던 준비물, 간식,코스 맵까지 다 버리고 소금 두알 먹고 뛰기 시작. 한참을 가는데 친구로부터 전화다. “환영회 준비가  어쩌고 저쩌구” 지금 몇 신데, 이 바쁜데 전환고?. 정신이 혼미하여 건성으로 답했다. 핸드폰 끄곤 전력질주. 너무 지치고 졸리다. 앉으면 잘 것이고, 잠들면 종친다. 교차로마다 방향 확인 후 지난다. 여기서 알바하면 끝장이니까
눈 깜박할 사이 일곱 발짝 정도 뛰는 느낌이 들면, 차가운 가드레일 붙잡고 졸다 다시 뛴다. 가드레일 없는 곳에선 가로수 꽉~~ 끌어안고 뛰다보니 어렴풋 날이 밝아 온다. 코스 맵도 안보고 달리니 방향 감각이  없다. 시간은 없고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싶은 유혹만 커진다. 택시보단 포터가 눈에 덜 띌 텐데, 그보단 자전거라도.......배도 무지 고프다. 편의점에 들러 빵과 우유를 사먹어도 500CP서 식사를 못 해선지 힘이 빠진다. 파이팅을 외치는 자봉님에게 바나나와 사탕을 얻고서 거리를 물으니 10km 남았단다. 시계를 보니 05:40 허기를 채우고 나니 정신도 맑아진다. 이제 트랙 40바퀴, 한 시간만 버티면 나도 완주 한다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 정말 미친 듯이 달린다.  그것도 주변 풍경 다 즐기며. 달리는데 누가 배낭을 앞으로 당겨주는 느낌이다. 또 여러 주자를 추월한다.. 멋쟁이라 외치는 자봉님의 응원에 기분 좋았고, 환각상태인지 몸이 엄청 가볍다. 2km 뛰고 100m걷고를 반복해서. 이젠 다 왔겠다 싶은데 낯익은 차가 보인다. 영동서 온 친구들이다. 여기가 어디라고..........사진도 찍고, 넘 고마워서 시야가 흐려진다. 걸으려 했던 구간까지  달려서 가니 정다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나도 537km 종단 완주하나 보다. 126시간 48분 타이머를 바라보며 피니쉬 라인을 지나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아, 이제 끝나는 구나 !

태종대에서 여기까지 달리는 동안 많은 분들의 베푸심에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어쩔 수 없는 육신의 한계에 겸손함과 전에 알지 못했던 일상 (잠자리 먹거리등)에서 얻어지는 작은 행복감.  이렇게 또 다른 축복받은 인생을 배우게 됐습니다.
여러분도 도전해 보시지요.
울트라는 도전하면 시작이고, 포기만 않으면 완주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 같은 새로운 축복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he com do it
              2008. 8. 7                                        she com do it
                                                                 why not me

*울트라 마라톤 기록

2006년도

1. 206.4.15 대청호울트라 100km            13:55
2. 북한강 울트라 100km (감기몸살 70km에서 포기)
3. 부산 섬머비치 울트라 100km             13:57
4. 순창 울트라 100km                      14:07 (발목 부상)
5. 충주호 100mile                          25:12
6. 한강 울트라 100km                      13:58

2007년도

1. 부산비치 100km                        12:59
2. 고성 울트라 100km                     14:50
3. 대청호 울트라 100km                   13:15
4. 춘천 5개댐 200km                      36:56
5. 미주홀 100km                            12:15
6. 유성울트라 100km                      12:52
7. 북한강 100km                          13:36
8. 진고개 울트라 100km                   12:50
9. 강진 울트라 100km                     14:50
10. 부산 썸머비치 100km                  13:35
11. 한반도 횡단 308km                    61:15
12. 영동 울트라 100km                    14:52
13. 충주호 100mile                        25:46

2008년도

1.부산 비치 100km                        12:30
2. 대구카톨릭 111km                      13:19
3. 대청호 울트라 100km                   15:03
4. 성지 순례 222km (발목부상 150km 포기)
5. 남해 울트라 100mile                    25:05
6. 유성 울트라 100km                     14:03
7.낙동강 울트라 200km                    33:07
8.국토종단 537km                         126:48

*소개받은 책자

1.마라톤 (제프겔러웨이)
2.우리는 왜 달리는가(베른트 하인리히)

**지금도 대회를 마치면 반드시 주행중 들었던 새로운 노하우와 느꼈던 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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